전체 글43 트라우마의 전이: 치과 공포증 환자를 대하며 배운 '치유'의 심리학 치과 의사에게 '공포'는 숙명과도 같은 감정입니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의 불안한 눈동자에서, 그리고 진료 의자에 앉아 파르르 떨리는 손끝에서 저는 매일 이름 모를 '트라우마'의 흔적을 읽어냅니다. 많은 분이 치과 방문을 주저하는 이유는 당장 직면한 통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경험했던 '통제 불가능했던 고통'의 기억이 현재로 전이(Transference)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과거의 그림자가 현재를 잠식하는 현상은 비단 진료실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와 삶의 현장에서 반복됩니다. 오늘은 치과 공포증(Dental Phobia)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과거의 상처가 현재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뇌과학적 기제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학적 원리.. 2026. 2. 3.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 중요한 진료 후의 '선택 장애'를 이해하기 치과 진료실은 고도의 의사결정이 쉼 없이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환자의 방사선 사진을 분석하며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가장 적합한 보철 재료를 선택하며, 진료 도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작은 오차를 다루는 임상가에게 이 모든 선택은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막중한 책임이며, 뇌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하지만 낮 동안 이처럼 정교한 의사결정을 수천 번 반복하고 나면, 퇴근 후 정작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혹은 "어떤 영화를 볼까?"라는 사소한 질문에 대답할 기운조차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결정을 내리는 행위 자체가 에너지를 고갈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현상을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고 부릅.. 2026. 2. 2. 통제 욕구의 심리학: 완벽을 추구하는 의사가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는 법 치과 의사의 일상은 문자 그대로 '통제(Control)'의 연속입니다. 환자의 좁은 구강 내에서 0.1mm의 미세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보철물의 교합을 맞추고,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출혈이나 해부학적 변수를 즉각적으로 제어해야만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교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매일 성취감을 느끼는 직업적 특성은 우리를 유능한 임상의로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진료실 밖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영역'에서는 우리를 한없이 무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오늘은 진료실에서의 완벽한 통제력이 일상의 불확실성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심리학적 메커니즘을 심층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정교함을 추구하는 의사'의 자아를 유지하면서도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유연한 인간'으로서 .. 2026. 2. 1. 공감 피로(Compassion Fatigue): 타인을 돌보는 이들의 건강한 사랑법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의 통증과 불안에 깊이 공감하며 최선을 다해 돌보고 나면, 정서적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퇴근길에는 말 한마디 할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정교한 기술만큼이나 환자의 공포를 어루만지는 감정 노동의 무게가 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밖에서 모든 온기를 쏟아붓고 나면, 정작 가장 소중한 파트너가 오늘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예전만큼 따뜻하게 응답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괴리감은 우리에게 깊은 자책감을 남깁니다.심리학에서는 이를 ‘공감 피로(Compassion Fatigue)’라고 부릅니다. 타인을 돕고 돌보는 직업군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 현상은, 역설적으로 ‘상대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오늘은 이 공감 .. 2026. 1. 31. 완벽주의의 덫: 정교한 진료와 유연한 연애 사이의 갈등 치과 의사에게 '적당히'라는 말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금기와도 같습니다. 0.1mm의 미세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보철물의 정교함,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수술 과정은 환자의 구강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으로서의 숙명입니다. 이러한 철저함은 진료실 안에서는 숭고한 덕목이 되지만,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상황은 달라집니다. 진료실에서의 잣대를 내려놓지 못한 채 시작된 '완벽주의(Perfectionism)'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오늘은 직업적 완벽주의가 친밀한 관계를 어떻게 소리 없이 위협하는지, 그리고 '정교함을 추구하는 의사'와 '유연함을 지닌 파트너' 사이에서 어떻게 건강한 심리적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 심리.. 2026. 1. 30.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과 연애: 나의 성공이 두려운 심리 치과 의사로 살아가며 동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겉으로는 완벽한 성취를 이룬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을 종종 만납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요구되는 임상 현장에서 "내가 정말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을까?", "사람들이 내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성공을 내면화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사기꾼처럼 느끼는 현상을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흥미로운 점은 이 '가면'이 진료실이나 사무실 밖,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공간인 연인 관계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적 성취가 높을수록 오히려 관계에서 더 큰 불안을 느끼는 역설적인 상황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오.. 2026. 1. 29. 이전 1 2 3 4 ··· 8 다음